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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선정 100대 영화: '보이후드' 12년간의 촬영. 한 소년의 성장기록

by HIPO RE 2025. 5. 4.

영화 보이후드 포스터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수상(감독상), 20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제35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 제21회 미국배우 조합상.... 가디언지 선정 최근 10년내 가장 위대한 영화

1. 주요 줄거리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보이후드’는  6살 꼬마 메이슨이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는 12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되, 허구와 다큐멘터리적인 진실성을 절묘하게 뒤섞어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현실적으로 느끼게 하는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12년동안 촬영되었기 때문에 배우들의 실제 성장과정이 그대로 반영되었고 이를 통해 보는 사람들은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삶의 변화와 흐름을 직접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영화는 텍사스의 한 평범한 가정을 배경으로, 싱글맘 올리비아의 다소 불안정한 삶과 아버지 메이슨 시니어의 간헐적인 등장을 축으로 메이슨의 성장 여정을 묵묵히 그립니다. 어린 메이슨의 눈에 비친 세상은 매 순간 변화합니다. 잦은 이사로 인해 끊임없이 바뀌는 환경, 낯선 친구들과의 만남과 헤어짐, 엄마의 새로운 연인들의 등장, 그리고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혼란스러운 가족 구성원들과의 관계 속에서 메이슨은 자신만의 세계를 조금씩 건설해 나갑니다.

이 영화의 매력은 극적인 사건이나 인위적인 갈등 보다는, 우리 삶에서 흔히 마주하는 일상적인 순간들의 섬세한 포착에 있습니다. 친구들과의 철없는 장난, 가슴 설레는 첫사랑의 기억, 부모님의 잦은 다툼, 그리고 사춘기 시절의 정체성 고민 등, 보편적인 성장통의 풍경들이 리얼하게 펼쳐집니다. 이러한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시간이란 캔버스 위에 차곡차곡 쌓여, 한 인간의 내면이 어떻게 다듬어지고 변화하는지를 웅변하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매년 배우들의 실제 나이 변화와 함께 흘러가는 영화 속 시간은, 관객들에게 마치 자신의 지나온 시간을 되짚어보는 듯한 깊은 회상의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어린 시절의 풋풋한 미소, 청소년기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성인이 되기 직전의 복잡한 감정들이 배우들의 변화된 모습 속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이지요. 거기에 더해 영화는 개인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며 변화하는 시대의 풍경들을 자연스럽게 담아냅니다. 그 시절 유행했던 음악, 패션, 그리고 눈부시게 발전하는 기술의 모습들이 메이슨의 성장 배경 속에 녹아들어, 한 개인의 역사가 사회의 변화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은은하게 보여줍니다.

이러한 섬세한 디테일들은 영화에 현실감을 더하고, 관객들이 자신의 과거를 추억하며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적 기반을 마련해 줍니다. 결국 ‘보이후드’는 한 소년의 성장을 빌어, 우리 모두의 삶이라는 강물 위에 떠다니는 시간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깊고 푸른 영화적 여정이라 평할 수 있습니다. 

 

2. 주요인물

영화 ‘보이후드’의 중심에는 소년 메이슨의 성장이 자리하지만, 그의 주변을 채우는 인물들 역시 각자의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변화해나가는 중요한 존재들입니다.

A. 메이슨의 어머니 올리비아: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두 아이를 키워내는 강인한 모성을 지닌 인물로 표현됩니다. 그녀는 더 나은 삶을 향한 열망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때로는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에 대한 그녀의 헌신적인 사랑은 변함없이 메이슨의 삶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올리비아의 모습은 완벽한 어머니의 전형과는 거리가 멀 수 있지만, 고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삶을 헤쳐나가는 인간적인 면모를 통해 깊은 울림을 전해줍니다.

B. 메이슨의 아버지 메이슨 시니어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때로는 가정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불안정한 존재로 남아 가족에게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점차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변화하려는 노력을 보이며, 메이슨에게 세상의 다양한 면모를 경험하게 해주는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의 미숙하지만 진솔한 변화의 모습은 가족 관계의 복잡성과 성장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C. 메이슨의 누나 사만다는 어린 시절 동생과 끊임없이 티격태격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하는 끈끈한 남매애를 형성해 나갑니다. 그녀 역시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겪는 불안과 고민들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메이슨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니다. 사만다의 이야기는 영화의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메이슨의 성장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함께 변화하고 성숙해가는 한 개인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D. 이 외에도 영화 속에는 메이슨의 삶에 잠시 머물다 떠나가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엄마의 여러 남자친구들, 학교 친구들, 풋풋한 연인들, 그리고 삶의 지혜를 나누어주는 스승들까지, 이들은 모두 메이슨의 가치관 형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삶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링클레이터 감독은 이러한 주변 인물들을 통해 개인의 성장이란 단순히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형성되는 것임을 시사합니다. ‘보이후드’의 등장인물들은 이상적인 영웅이나 완벽한 조력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모두 결핍을 안고 있으며, 때로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기도 하고,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해나가는 우리와 닮은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인물 묘사는 관객들이 영화 속 인물들에게 더욱 깊이 몰입하고, 자신의 삶의 경험을 투영하며 진솔한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3. 명대사

A. 어린 메이슨에게 그의 아버지 메이슨 시니어가 무심하게 던지는 “You know, the moment's all we have.”(그 순간은 우리가 가진 전부야)라는 짧은 한마디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간결한 문장은 우리가 진정으로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지나간 과거도, 불확실한 미래도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뿐임을 상기시키며,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묵직하게 강조합니다. 특히, 불안정한 가정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에 적응해야 했던 어린 메이슨에게 이 말은 현재의 감정에 솔직하게 집중하며 살아가는 지혜를 일깨워 줍니다.

B. 이제 막 대학 진학을 앞둔 메이슨에게 그의 어머니 올리비아가 “I just thought there would be more.”(인생을 되돌아보며 무언가 있을 줄 알았지만 없는)라고 나지막이 읊조리는 독백은 깊은 슬픔과 함께 강렬한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녀는 자녀들을 키우기 위해 자신의 젊음과 꿈을 헌신했지만, 문득 뒤돌아본 시간 속에서 잃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고 씁쓸한 회한에 잠기는 것입니다. 이 짧은 탄식은 삶의 속도와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붙잡아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나만 바라보는 멋진 여자친구, 좋은 친구들, 나은 가족, 괜찮은 직장, 더 많은 기회, 더 많은 성취 더 큰 행복을 꿈꿨지만 사실은 인생은 그런 거창한 것을 얻는 것이 아닐 겁니다.

C. 메이슨이 친구 셰브론과 나눈 철학적인 대화 또한 인상적입니다. 셰브론이 “What’s the point?”이라는 다소 허무주의적인 질문을 던지자, 메이슨은 잠시 생각에 잠긴 후 “I don’t know, but it feels good.”이라고 답합니다. 이 간결한 대화는 삶의 의미를 섣불리 규정하려 하기보다는, 현재 느끼는 감정과 경험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것 자체가 삶의 이유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끊임없이 회의하고 방황하는 성장기의 청춘들에게 이 대사는 막연한 불안감을 떨치고 현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영화 곳곳에는 가족 간의 진솔한 대화, 친구들과의 웃음 섞인 농담, 연인과의 풋풋한 속삭임 등 평범한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듯한 생생한 대사들이 가득합니다. 이러한 대사들은 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그들의 관계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돕는 동시에, 관객들 스스로의 경험을 되돌아보고 삶의 보편적인 가치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여지를 남깁니다.

4. 시사점: 시간의 흐름 속에서 길어 올리는 삶의 본질과 공동체의 의미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소년의 성장기를 묵묵히 따라가는 영화 ‘보이후드’는, 우리에게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인간의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하는 삶의 본질과 공동체의 의미에 대해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가장 핵심적인 시사점은 바로 ‘시간의 불가역성’이라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쉽게 잊고 살아가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는 점입니다. 영화는 어린 메이슨이 청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의 외형뿐만 아니라 가치관, 관계, 그리고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끊임없이 변화하고 결국은 성장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변화는 때로는 예측 가능하기도 하지만, 예기치 않은 순간에 불현듯 찾아오기도 하며, 바로 이 예측 불가능성 속에서 삶의 역동성과 깊이가 비롯된다고 영화는 조용히 강조합니다. 또한, ‘보이후드’는 개인의 성장이란 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 안에서 깊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영화 속에서 메이슨은 불안정한 가정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부모님과의 관계, 그리고 때로는 애증 섞인 감정을 나누는 누나와의 관계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며 성장합니다. 가족은 때로는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그에게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존재임을 영화는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홀로 두 아이를 꿋꿋하게 키워나가는 올리비아의 모습은 숭고한 모성애를 넘어, 한 인간이 다른 생명을 책임지고 성장시키는 숭고한 과정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아버지 메이슨 시니어 역시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녀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진솔한 노력을 통해, 불완전할지라도 가족이라는 끈이 개인에게 얼마나 중요한 지지 기반이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나아가, 영화는 가족이라는 작은 공동체를 넘어, 학교, 친구, 연인 등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메이슨은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갖게 됩니다. 링클레이터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이러한 메시지를 더욱 깊숙이 전달하며, 관객들에게 자신의 삶과 주변의 소중한 관계들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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